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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추홀학산문화원 ‘지역문화예술의 공동체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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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호3. 학산 마당극놀래 2015 경연마당 작품상 심사평

admin 0 2930 2015-12-10 22:40:46

학산 마당극놀래 2015 학산마당예술동아리 경연마당 작품상 심사평

 

라원식

(학산마당극놀래 2015 심사위원)

 

인천광역시 남구에서 주최하고 남구 학산 문화원에서 주관한 학산 마당극놀래 2015, 학산 마당예술동아리 경연마당 작품상 심사에 민요, 탈춤, 연극, 미술 영역에서 창작, 기획, 비평, 협동생산 등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는 여섯 분이 참여하였습니다.

심사위원들은 작품상 후보 작품 여섯 편을 각각 추천한 다음 복수로 추천한 작품을 중심으로 의견을 조율하여 수장 작품을 선정하기로 하고,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 반까지 19편의 작품을 보았습니다.

이중 심사 대상 작품은 식전행사 2편을 제외하니 총 17편이었습니다.

춤, 퍼포먼스, 사물놀이, 풍물굿, 민요극, 창극, 탈춤, 연극, 인형극 등 다양한 갈래의 작품이 었습니다.

야외무대에 오른 작품들은 지역 공동체 기반의 예술 작품들로 생활예술 동아리가 공동창작하거나 협동창작한 것들이었습니다.

심사위원으로 초대된 덕분에 인천 남구에서 지역 공동체 기반의 예술이 새롭게 피어나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인천 남구는 공동체 기반 예술(community based arts)의 뿌리가 깊은 곳입니다.

인천 현대예술의 궤적을 따라가다보면 오늘 학산마당예술동아리 경연마당이 펼쳐진 주안역 광장 맞은 편에 한 세대 전 인천 문학예술의 둥지 역할을 했던 문화공간 “쑥골마루”(1987년 전후)가 있었으며 이곳에 풍물패 ‘한광대’, 노래패 ‘산하’, 그림패 ‘갯꽃’ 과 문화 기획과 교육 상담을 도맡았던 일손나눔 그리고 우리문화사랑회가 깃들어 있었습니다.

당시 풋풋한 청년이었던 그들은 공동체 예술의 생성과 확산에 한 몫을 하였으며 꾸준히 종교공동체, 직장공동체 안에서 생활예술동아리들이 튼실히 자리잡을 수 있게끔 흔쾌히 울력하였습니다.

그 결과 다수의 풍물동아리와 노래 동아리 그리고 특별한 밴드와 율동동아리가 생성되어 공동체 예술의 꽃을 피웠습니다.

공동체 기반 예술의 역사가 적층되어 있는 인천 남구에서 마당예술동아리 경연마당을 접하니 이 모든 것이 예사스럽지 않습니다.

 

오늘 경연마당에 참여한 생활예술동아리들은 동 단위 지역 공동체예술 동아리로 자신이 속한 지역에서 일차 공연을 한 바 있다하는데 공동체 기반 예술은 스스로가 속한 공동체 구성원과의 예술적 교감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스스로가 속한 공동체의 처지와 상황 그리고 특성과 특장점을 반영하며 공동체의 당면과제 또는 공동체에서 추출한 의제를 작품 창작의 제재나 주제로 삼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경연마당은 동 단위를 넘어 구 단위에서 경합하는 장이며 작품상 심사는 예술성에 보다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여러요소의 배합과 조화를 중시하였습니다.

일반적으로 마당예술은 장소성과 시간성을 내포한 현장성과 역동성을 중시하며 교감을 통한 공감대 형성 그리고 감동으로 촉진된 신명의 확장에 주목하는 예술입니다. 그래서 마당예술을 감흥(感興)의 예술, 신명(神明)의 예술이라 일컫습니다.

마당예술에는 연극적, 음악적, 무용적, 미술적, 문학적 요소가 모두 녹아들어가 있습니다.

그래서 가(歌)무(舞)악(樂)희(戱), 다시 말해 노래, 춤, 반주, 몸짓, 대사 모두 중요합니다.

그리고 의상, 소품, 무대미술 또한 소홀히 할 수가 없습니다.

화려하고 풍성한 것이 다 좋은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것은 있어야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심사위원들 다수로부터 호평을 받은 작품은 용현 1, 4동 풍물단 ‘한결’의 “도깨비들의 난장”이었습니다.

“도깨비들의 난장”의 전반부는 천둥, 바람, 비, 구름 방망이를 가지고 장난을 친 도깨비 넷을 옥황상제가 꽹가리, 징, 장구, 북으로 변하게 한 이야기 - ‘사물악기가 된 도깨비’ 이야기를 남사당 꼭두각시 놀이 풍으로 표현하였고, 후반부는 꽹가리, 징, 장구, 북이 된 도깨비가 용현 1동과 4동의 사물 겨루기를 부추키다 또 다시 옥황상제에게 꾸지람을 받고 정신을 차려 화합의 풍물 판굿을 벌이는 것으로 구성한 작품입니다. 작품이 짜임새가 있었으며 표현도 좋고 흥과 신명 또한 출렁이었습니다.

지역 공동체 기반 예술에서 제 1차 공동체는 예술동아리 그 자체입니다.

예술동아리의 정체성을 선명히하고 자긍심을 높이며 이야기의 주권을 스스로로부터 확보하여 발화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주안 8동 ‘둥우리’의 인형극 “귀신 씨나라 까먹는 소리”는 주안 8동에 있었던 옛 화장터 혼령들의 이야기인데 혼령들 구성이 이채로웠습니다.

사람의 혼령 외에 물고기의 혼령과 고양이의 혼령이 등장하였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지역 공동체 구성원의 범주 내에 인간 외 생명체를 상상하기가 쉽지 않은데 등장인물 넷 가운데 둘을 타 생명체로 구성했다는 것은 공동체 인식의 지평 확장이며 이것은 근현대 사회를 관통한 인간 종 중심주의를 넘어섰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언어로 표현할 줄 모른다고 존재감조차 없는 것으로 치부했던 뭇 생명을 보듬어 안고 그들과의 공존과 공생이 공동체의 공진화와 내실화를 위해 중요하다는 것을 의식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입니다.

그리고 이 작품은 미적 표현 방식 또한 돋보였습니다.

 

주안 4동 ‘화통’의 창작탈춤 “통장동원령”은 통장님들의 하소를 담은 작품인데 탈춤의 미학인 풍자와 해학의 미학을 저변에 깔며 골계미 다시말해 익살미를 가득 담았습니다.

탈춤의 대사 가운데 잘된 대거리는 웃음보를 자극합니다. 이 땅의 민초들은 경직된 긴장을 웃음으로 바꿔치며 문제의 핵심으로 진입하면서 문제를 가지고 놀았습니다.

이렇게 문제를 공론의 장에서 예술로 가지고 노는 극을 “문제향유극”이라고 부릅니다. 진지하게 문제를 드러내는 리얼리즘 풍의 “문제제기극”과는 결이 다릅니다.

“통장동원령”은 탈춤의 미학을 꿰뚫었으며 이 작품에 참여한 분들이 탈춤의 노란자위, 핵을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는 것은 대단한 성취입니다.

전통 탈춤 그 가운데에서도 황해도 지방의 탈춤 – 봉산, 강령, 은율 탈춤은 몸에 익히기가 쉽지 않은 춤입니다. 경기, 인천 지역에 사는 분들이 몸에 부치기 좋은 춤은 양주 별산대 춤입니다. 그리고 누구나 쉽게 익힐 수 있는 춤은 풍물굿의 잡색춤과 풍물 장단에 맞추어 노는 마구잽이 춤 (막춤)입니다. 처음 탈춤을 익히고자 하는 분들껜 이같은 춤을 권하고 싶습니다.

 

주안 3동 ‘소리벗’의 창극 “사미골 소리여행”은 사미골 지명에 얽힌 지역사와 설화를 근간으로 하여 작품을 구성하였는데 지역의 유무형 자산을 창작의 질료로 썼다는 것은 우리 안에 있는 문화자산을 재가공하여 가치 증식 시킬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것입니다. 예술의 원천은 다양한데 지역 향토사와 지역 민담, 설화, 신화에 관심을 둔다는 것은 지역사랑의 심도를 깊게 하는 첫걸음입니다.

예술을 풍성하게 하는 인문학적 배경지식의 축적은 중요하며 지역주민이 함께 정체성과 공동체의식 형성에 필수적인 공유지식을 만들어가는 것은 공동체를 튼실히 할 수 있는 좋은 방책입니다.

 

숭위 4동 ‘아름’의 연극 “너희 집 밥그릇이 몇 개냐?” 는 교통사고를 당한 지역주민들의 병원 에피소드를 희곡화하여 연출한 작품인데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였습니다. 이 작품은 마을 또는 동네 공동체 연극의 한 전형이 될 수 있는데 최근 공동체론에서 중시하는 것으로 인연의 공동체가 있습니다. 인연의 공동체는 달리 말하면 체험과 기억을 공유하는 공동체입니다.

역사적 사회적 체험을 더불어 했거나 또는 크고 작은 사적 체험을 함께 한 다음 이를 기억하는 관계는 공동체 형성을 보다 쉽게 할 수 있으며 공동체 유지력도 좋습니다.

하지만 요사이 사람들은 지나치게 밀착된 관계를 피곤해합니다.

이것은 서로의 관계가 호혜적이지 않으며 서로가 서로를 지켜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바람직하고 튼실한 공동체는 상호 배려와 돌봄의 공동체이어야 합니다. 공동체는 개체의 사생활과 권리를 존중하여야 하며 최소한의 예는 반드시 지켜야 하며 민주적으로 소통하고 상호 신뢰를 쌓아나가야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습니다.

“너희 집 밥그릇이 몇 개냐?”라는 작품은 공동체 속 관계 맺기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관교동 ‘떴다’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오도령과 꽃분이로 환치된 번안극적 성격의 민요극입니다. 다수의 심사위원이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적지 않은 시간을 투입하며 애쓴 노고가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배어나오는 것에 대해 후한 평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소수의 의견은 지역 공동체 기반 예술 (또는 장소 특정형 예술 작품)에 부합되는 작품으로 이 작품을 선정하기에는 주제, 형식, 내용 모두 조금은 무리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마당예술동아리 경연마당이 명시적으로 공동체 기반 예술을 지향한다고 적시하지는 않았으나 이 자리가 아마추어 예술동아리 경연대회와는 변별되는 자리이기를 바라는 기대 또한 분명히 있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은 마당예술 정신과 연계해서도 생각할 여지가 많습니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은 논의 끝에 예술에 대한 열정과 노고가 예술동아리를 생장하게 하고 숙성시키는데 가장 중요한 동력이 될 수 있으며 이같은 과정을 거쳐 예술 창작과 발표 활동의 근력이 강화되고 해를 거듭할수록 바람직한 모습으로 되어가리라는 낙관적 전망과 바람으로 ‘떴다’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작품상 수상 작품으로 선정하였습니다.

학산 마당극놀래 2015, 학산 마당예술동아리 경연마당 작품상 심사위원들은 작품상에 선정된 예술동아리에게는 축하의 말씀을 전하며 한낮의 땡볕이 아직은 뜨거운데 야외 무대 위에서 열연을 해준 참여 예술동아리 모두에게는 깊고 깊은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다음 해에는 보다 쾌적한 시간대에서 진일보한 작품으로 만나 뵙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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