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미추홀학산문화원 ‘지역문화예술의 공동체망’

HOME > >문화칼럼

특별호 5. 마당 예술 동아리 심사평

admin 0 3103 2015-12-10 08:07:23

마당 예술 동아리 공연 심사평

 

장소익

(학산마당극놀래 2015 심사위원)

 

1. 등장인물은 탈이 있어야 한다. ‘앓고 있는 인물’이거나 그 어떤 무언가의 ‘희생자’라야 등장인물로서의 요건이 갖추어진다. 그리고 그러한 인물로 분하고, 즉 탈을 쓰고 놀이를 하고나서 그 탈을 태움으로써, 인물로의 변신을 마침으로써 앓고 있음이 나아지거나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는 것이 된다. 마당극의 핵심은 탈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마당극 놀래’에 참가한 작품들의 인물들은 어떠한가?

‘통장 동원령’의 통장들,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의 네 귀신들은 이러한 등장인물의 요건을 간직하고 있다. 통장들은 관의 동원의 중간지대에 있다. 관은 통장을 통해서 조직하고 민은 통장을 통해서 분노한다. 통장은 그 중간에서 관의 앞잡이가 되기도 하고 민의 입장을 대변하고자 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지속되는 중간세력으로써의 탈이 있고 그것이 마당극을 만드는 과정으로 아주 잘 표현되고 있다.

‘귀신 씨나락’의 귀신들은 도시 재개발에 따른 해체로 인해 희생당한 노인과 자연이 나온다. 이들은 어디로 가야할 지 길도 모르고 급격한 변화로 인한 교란된 생태계의 희생자들이다. 이들이 더듬어 가는 남구의 기억들은 우리 공통의 기억이고 공통의 아쉬움일 것이다.

‘들리나요?’ 에 등장하는 아이들.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어른들 때문에 마음에 상처가 생기는 아이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있음에도 자신 있게 말 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탈을 지닌다.

탈이 있으면 그 탈을 낫게 하기 위해서 말을 하거나 몸짓을 하게 되고 말과 움직임 속에 당연히 풍자가 깃들고, 또한 탈이 사라진 세상에 대한 염원이 담겨지게 마련이다.

 

2. 인물과 이야기가 따로 떨어질 수 없는 것이지만 굳이 이야기를 나누어 보자면, 이야기는 거짓이어야 한다. 다시 말해 황당무개한 것들이 이야기의 요건이 된다. 마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상적이고도 평범한 사실을 마당판으로 끌여 들여왔을 때는 단연 재미없는 작품이 된다. 그런데 이러한 접근이 의외로 많아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기억은 우리가 했던 생각을 경험했던 감각과 정서들로 우리 내부에 저장되어 있다. 그리고 상상은 반대로 생각과 정서와 감각들이 관련된 융합의 과정이다. 불가능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받아들인다면 그 순간 벌써 우리는 가능성의 영역에 있는 것이다. 상상은 그자체로 하나의 현실이다. 기억이란 그자체가 상상과정의 일부. 상상 없이 뭔가를 떠올린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기억이란 보았던 것을, 보는 것을 상상하고, 들었던 것을, 듣는 것을 상상하며, 이전에 생각했던 것을, 다시 생각하는 것을 상상하는 것이다.

‘도깨비들의 난장’은 사물과 도깨비를 연결한 이야기로 출발한다. 그리고 사물의 화합과 마을의 화합을 상상하고 있다.

‘관교동 로미오와 줄리엣’은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이야기를 가지고 나왔다. 춘향전도 조금 섞이고, 관교동의 현실이 담벼락의 문제도 결합되었다. 탄탄한 이야기 구조가 열연하는 연기자들을 만들어내고 명쾌한 대소도구를 만들어 내고 함축적인 마당구조를 이끌어낸다. 그만큼 이야기는 그 무엇보다도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3. 쓰레기 문제와 교통문제, 재개발문제, 방범문제, 이웃 간의 불통의 문제 등이 참여자들이 선택한 문제이다. 문제는 해답이 있는 법이다. 행정과 자치주민이 함께 만들어 내는 것이다. 해답을 관객도 알고, 배우도 알고 모두 알고 있는데 그것을 공연으로 올릴 필요가 있는가? 문제가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해야 풀 수 있는지를 모를 소재를 다룰 때, 다시 말해 뻔히 알고 있는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해결되는지 함께 고민해 볼 문제를 다룰 때, 교육으로써의 연극이 된다. 소재 - 문제를 다루면서 다루는 주체들과 함께 고민하고 논의하면서 그들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리는 과정. 이것이 연극작업이 지니는 미덕일 것이다. 같은 문제라도 행정으로써는 해결 될 수 없는 측면, 인문학적 측면을 찾아나가는 것이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4. 의상 소품 장치 등등에 기계의 흔적이 없도록 하자. 다시 말해 직접 만들고, 그리고 바느질을 하자는 것이다. 공장에서 찍어낸 라텍스 탈, 일률적으로 구입된 몸빼, 인터넷 쇼핑으로 구매된 소품들과, 한올 한올 꼬맨 의상, 직접 풀을 붙이고 색칠한 탈, 소품들 중에 어느 것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인가? 마당판은 미적 공간이다. 일상에서 벗어난 환상의 공간이다. 그 공간에 우리가 매일 접하는 것들로 장식된다면 얼마나 지루한가? 함께 붙이고 칠하고 꼬매면서 서로의 이야기도 나누고 모르던 사실도 알게 되는 또 다른 소통의 시간이 이러한 미적 공간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도깨비 난장, 통장동원령, 귀신씨나락, 로미오와 줄리엣 등이 나름대로 공간을 신경 쓴 흔적이 보인다. 특히 손으로 직접 만든 귀신씨나락의 의상은 아름다움이 돋보인다.

 

 

‘학산마당극놀래’의 발전방향 및 긍정 보완점 외

1. 20일간의 마을 축제. 이 부분은 함께 하지 못해서 뭐라 논할 입장이 못 된다. 다만 축제의 공간이 남구 전 지역으로 파악할 때 가장 핵심적인 행위 - 이벤트 - 임에는 확실하다. 각 단체의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듯 20일간의 스토리텔링이 확보된다면 성공하리라 본다. 마당극놀래의 씨줄과 각 마을의 날줄이 엮어지기를 기대한다.

 

2. 학산 마당예술동아리 경연마당. 경연은 어떤 의미, 기념 등의 이유를 지닐 필요가 있다. 그냥 경연하지는 않는다. 겨울과 봄의 가운데 지점에서 씨름을 하거나 줄댕기기를 한다. 그것은 당연히 봄이 겨울을 이김을 전제로. 계절적인 모티브 외에서 3.1절이나 8.15 등등의 근대적 기념의 시기에 경연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기리기 위해서.

 

3. 인천시 남구의 미학을 드러낼 만한 축제 공간이 연출되었으면 좋겠다. 예산의 문제를 극복하는 것은 지역도시환경에서의 축제적 공간을 발견하거나 변형해 내는 것이다. “다른 곳에서 따라할 수 없는 남구만이 할 수 있어야한다”고 구의 지도자는 얘기한다. 그런데 무대나 장비나 부스나 거의 대한민국 어디가나 볼 수 있는 것들로 배치되어 있다. 남구를 미학 적으로 상징할 공간이 찾아지거나 만들어 진다면 축제는 안정적으로 발전을 거듭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당해연도의 예산이 아니라 장기적 기획 속에서 한 해 한해 준비해 가야 할 것이다.

 

4. 마당극의 정신은 대동 정신이다. 아픔을 함께 나누고 기쁨을 나누는 시간이다. 해체된 가정, 해체된 공동체를 복구하고 함께 나누며 모시는 마당문화예술이 지역으로 뿌리내려 주민이 중심이 되는 마을 축제로 발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뜻을 함께하는 소수의 숭고한 노력이 깃들어져야 한다. 단지 구호만이 아니라 단지 예산의 문제만이 아니라 진정으로 마을 축제를 원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에 의해서 최소한 10년은 끌고 갔을 때 그 시작이 보일 것이라 생각한다.

댓글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