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지금, 나에게 쓰는 편지 2(숭의 2동)
기다림. 설레임. 행복
경인로 40번길 20, 숭의2동 주민 센터 지하 연습실에 한국으로 시집와서 살고 있는 다문화 여성들로 이루어진 동아리가 만들어졌다. 대부분이 아가 엄마들로 중국, 베트남, 태국에서 시집와 한국어를 배우는 분들이다,
아직 어린 아가들을 맡길 상황이 안 되는 엄마들은 매번 연습 시간에 아가들과 함께 참여를 했다. 문제는 아가들이 엄마를 떨어지려 하지 않는 것이었다.
이현섭, 김유미 두 분의 선생님과 퍼포먼스가 있는 연극을 배울 계획이었고, 과정 속에 몸을 움직이면서 감정을 표현하는 연기를 배워야하는 수업에 집중할 수 없었다. 배우고 싶고 수업에 함께 참여하고 싶은 간절한 엄마들의 마음과 상관없는 아가들은 졸려서 울고 배고파서 울고 낯가려서 우는 상황이 이어 졌다.
아가 돌봄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장님과 학산 문화원 식구들이 아이디어를 내고 고민을 해봤지만 동아리 모임에 참여하고 싶어 하는 엄마들과 엄마가 필요한 아가들 모두의 고민은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첫 수업이 있었던 7월 10일 이후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났지만 7차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진도가 나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가들 문제는 여전히 해결이 되지 않았고 더구나 외국이 친정인 그녀들은 보통 한 달씩 걸려 친정에 다녀온다. 계속해서 수업에 빠지는 상황도 함께 벌어지고 있었다.
시간은 흐르고 마당극놀래 공연 날짜는 다가오는데 이런 식의 진행은 의미가 없었다. 아가들 때문에 함께하지 못한다는 마음 아픈 결론은 속상하지만 자발적인 참여에 의미를 두고 있는 마당극이기에 결국 아가들과는 함께 할 수 없는 걸로 최종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최종인원이 결정이 되고 본격적으로 극이 만들어져 갔고 수업에 속도가 붙었다. 숭의2동 다문화마당은 ‘다정모’라는 동아리 이름을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 내게 쓰는 편지’라는 주제로 늦둥이 딸에게, 중국에 계신 엄마에게, 남편에게 쓴 편지 내용이 그대로 대사가 되어 춤이 어우러진 퍼포먼스가 만들어졌다.
공연 일주일을 앞두고 또 한 번 참여자가 바뀌어 마지막까지 어려움을 가졌지만 토요일 공연 당일 첫 번째 순서이었던 다정모팀은 화려한 의상과 춤, 중국어와 한국어가 섞인 대사들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다양한 나라의 여성들이 모였던 처음과는 달리 마지막 공연에는 모두 중국 분들이 무대에 올랐고 숭의 2동 ‘다정모’와 숭의 4동 ‘쭘마드림’팀은 함께 합동 공연을 했다.
연습 막바지, 학산 소극장에서 만난 두 팀은 함께 등장, 퇴장등 모든 순서를 총 연습하는 시간을 가졌다.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않았지만 공연이 끝난 후 다정모와 쭘마드림팀은 무척 친해졌다. 마당극 놀래 축제는 한국에 친구가 많지 않았던 다정모팀에게 함께 공연한 동지애를 품은 ‘언니’들을 선물했다.
김본경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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