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구 제2회 전통 성년례
“이제 진짜 어른이 됐어요”
‘성년의 날’이 언제인지 아시나요? 우리나라는 지난 1984년부터 매년 5월 셋째 주 월요일을 성년의 날로 정했습니다. 올해는 지난 5월 20일이었고, 1993년생 친구들이 성년식을 치렀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성년식만큼 특별한 날도 드뭅니다. 최고의 기념일이라는 생일도 해마다 돌아오고, 어린이날이나 어버이날, 결혼기념일 같은 것도 마음만 먹으면 매년 챙길 수 있으니까요. 반면 성년의 날은 내 인생에서 딱 한 번뿐인 특별한 날입니다. 더욱이 아이에서 어른이 되는 인생의 중요한 전환기이자 사회라는 틀 속에서 온전한 구성원으로 자리하는 의미 있는 날이기도 합니다.
지난 5월 20일 문학동에 자리한 인천향교에서 제2회 남구 전통 성년례가 치러졌습니다. ‘꿈꾸는 봄날, 아름다운 스무 살 되기’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는 인천대학교 물리학과 학생들 50여 명이 주인공이 돼 진행됐습니다. 특히, 이 자리에는 외국인 교환학생들도 참여했습니다. 글로벌 시대 한국 고유의 전통문화를 접하는 외국인 학생들은 사뭇 진지한 태도로 의식에 임했습니다. 또 물리학과 교수님들 역시 바쁘신 부모님들을 대신해 제자들의 부모 역할을 선뜻 맡아주셨습니다.
‘성년례’는 관혼상제(冠婚喪祭) 중 첫 번째로 치르는 의식으로 관례와 계례가 합쳐진 말입니다. ‘관례’는 남자아이의 땋아 내렸던 머리를 올려 상투를 틀고 관을 씌운다는 뜻이고, ‘계례’는 여자아이의 머리를 올려 쪽을 짓고 비녀를 꽂는다는 뜻입니다. 또 아이의 옷을 벗고 어른들의 평상복으로 갈아입는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하지만 비단 머리모양이나 옷차림 같은 겉모습만 바뀌는 것은 아니고 이제 ‘어린 아이의 마음을 버리고 어른의 마음과 덕을 지닐 수 있어야 한다’는 더 큰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사회의 온전한 구성원으로서 의무를 다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을 배우는 중요한 의식인 셈이지요. 이런 이유로 전통 성년례 의식 중에는 술 마시는 법을 배우는 과정과 어른의 이름을 받는 과정도 포함돼 있습니다.
실제로 이날의 행사 역시 시종일관 진지하고 경건하게 진행됐습니다. 사실 처음 듣는 생소한 용어들이 많아 저로서도 전통 성년례를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그 의식이 갖고 있는 의미나 무게감만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행사가 끝난 후 화사한 여학생들과 풋풋한 남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셀카를 찍습니다. 서로 상투를 만져보고, 길게 늘어뜨린 댕기와 쪽진 머리도 사진기에 담으며 연신 함박웃음을 터뜨립니다. 10년 후, 20년 후 오늘의 이 자리가 학생들에게 어떤 추억으로 기억될지 궁금해집니다.
※전통 성년례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1. 상견례
주변의 본받을 만한 어른을 빈(손님, 주례)으로 모시고 어른께 절을 올립니다.
2. 시가례
어른의 평상복을 입힌 다음 관자(남자)는 머리에 관(복건)을 씌우고, 계자(여자)는 머리를 올려 쪽을 짓고 ‘이제 아이의 마음을 버리고 어른스러워 질 것’을 당부하는 축사를 합니다.
3. 재가례
어른의 출입복을 입히고 관자는 머리에 갓(모자)끈을 매어주고 계자는 첩지끈을 매어준 다음 어른으로서의 책무를 다할 것을 당부하는 축사를 합니다.
4. 삼가례
어른의 예복을 입히고 관자는 머리에 유건을 씌우고 계자는 족두리를 씌우고 어른으로서의 책무를 다할 것을 당부하는 축사를 합니다.
5. 내초례
내초란 제사를 지낸다는 뜻으로 관자와 계자에게 술 마시는 예법을 가르쳐줍니다.
6. 명자례
주례(주변의 본받을 만한 어른)가 관자에게는 어른의 이름인 자, 계자에게는 당호를 지어줍니다.
7. 성년선언
이웃과 동네에 성년이 되었음을 널리 선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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