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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근사한 ‘인천향교 달빛 공감 음악회’

sunny 0 6836 2013-09-08 00:38:18

 

막바지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8월의 23일, 특별한 공연을 보기 위해 집을 나섭니다. 오늘의 공연은 인천을 대표적인 현악 앙상블 ‘i-심포니에타’와 퓨전 국악그룹인 ‘구름’의 협연 무대입니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 등 대표적인 서양 현악기와 모듬북, 태평소, 꽹과리, 해금, 소금, 가야금 등 우리네 전통 국악기의 만남인 만큼 공연 자체도 특별하지만 공연이 진행되는 장소 역시 특별합니다. 오늘의 공연장은 수 백 년 전 우리네 조상들이 책을 읽고 공부하던 조선시대 학교인 인천향교입니다.

 

다행히 한낮의 뜨겁던 태양도 오후가 되니 맥을 못 춥니다. 계절은 어쩔 수 없는지 해가 지니 제법 선선한 바람까지 붑니다. 가을이 가까이 오고 있는 것이겠지요. 저녁 7시, 기대감을 잔뜩 안고 인천향교의 운치 있는 돌계단을 오릅니다.

 

 

향교 문턱을 넘으니 입구에서부터 떠들썩합니다. 파란조끼를 입은 자원 활동가 분들이 오늘의 행사 소식지와 함께 전통음료인 식혜와 수정과를 나눠줍니다. 특히, 처음엔 몰랐는데 가만히 보니 옆에는 절편을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코너가 마련돼 있습니다. 원한다면 누구나 직접 떡판을 눌러 전통 문양을 찍어 볼 수 있고, 그렇게 만든 절편은 작은 접시에 담아 선물로 줍니다. 마치 어렸을 때 했던 뽑기 같아 나름 쉽고 재밌는 체험입니다.

 

 

 

또한 향교 입구 오른쪽에 자리한 명륜당에서는 청사초롱을 만드는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중입니다. 고사리 손 어린아이부터 머리가 희끗한 어르신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이 체험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청사초롱 만들기는 제법 정성을 요하는 체험입니다. 풀칠도 까다롭고 습한 날씨 탓에 한지가 쉽게 구겨지기 때문이지요. 그래도 다 만들고 보니 참 근사합니다.

 

 

 

저녁 7시 30분 드디어 리허설이 끝나고 달빛 공감 음악회가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i-신포니에타 조화현 단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무대는 때론 시원하고 통쾌한 음악으로 흥을 돋우고, 때론 애잔하고 구슬픈 음악으로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힙니다. 또 때론 잔잔하면서도 마음을 설레게 하는 연주곡으로 한여름 밤의 운치를 더합니다. 특히, 이날 공연에는 판소리 가수의 노래까지 곁들여 다양한 볼거리를 선물해 주었습니다.

 

 

귀에 착 감기는 국악기와 서양 현악기의 어울림을 느끼며 하늘을 올려다보니 둥글고 환한 보름달이 높게 걸려 있습니다. 은은한 달빛을 조명 삼아 막힌 데 없이 탁 트인 대성전 앞에서 연주를 듣다 보니 그 감동이 사뭇 다릅니다. 새로운 감성과 에너지를 충전한 느낌입니다.

참, 이날 공연장에서 눈길을 끄는 게 있었습니다. 주최 측 관계자 분께서 관객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뿌리는 모기약을 나눠주신 겁니다. 사실 해가 지면서 모기떼가 엄청 났거든요. 실내외 할 것 없이 온통 누비는 모기떼 탓에 살짝 짜증이 나려고 했었는데 그런 부분까지 신경 써주는 걸 보면서 참 고맙고 좋았습니다. 세심한 배려 덕분에 모기의 공격에도 휘둘리지 않고 오롯이 공연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인천향교에서 열리는 달빛 공감 음악회는 오는 9월 6일 금요일 저녁 7시 마지막으로 진행됩니다. 이번 공연은 ‘향교에 스미는 영화음악’을 주제로 꾸며질 예정입니다. 바람 쐬기 좋은 이 계절이 다 가기 전에 향교에서의 은은한 달빛 음악회를 즐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글. 사진 시민기자 장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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