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성효숙 작가
시대와 이웃의 아픔을 담다
지난 12월,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과 민예총 전시실에서 성효숙 작가의 개인전이 열렸다. 이번 개인전은 작가가 부평 콜트악기 노조원들의 복직투쟁을 위해 함께 했던 시간을 담은 과정전시다.
“사실 방종운 콜트악기 지회장과는 예전부터 아는 사이였어요. 2007년쯤인가 부당하게 해고된 뒤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는 건 진작부터 듣고 있었어요. 하지만 이렇게 길어질 거라고는 생각 못했죠. 그래서 멀리서 마음으로만 응원을 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천막농성은 6년 동안 내리 계속됐다. 그 사이 한 노동자는 분신을 시도하고, 또 다른 노동자는 송전탑에 올라 단식농성을 하기도 했다. 가족들 역시 생계를 위해 된장과 고추장을 담가 팔거나 뜨개질로 수세미를 만들며 그 시간을 치열하게 버텼다.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라도 힘을 보태 함께 해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지난 2012년 위장폐업으로 방치됐던 공장 안으로 들어가 작업실을 꾸몄다. 사측 용역의 눈을 피해 밤에 몰래 들어가 작업을 하곤 아침이면 들키지 않기 위해 문을 나섰다.
“한참 정신없이 빠져서 작업하다가 잠깐 쉬려고 고개를 들면 유난히 새벽 세 시인 경우가 많았어요. 세상 모든 것이 잠들어 있는 시간, 밤에서 아침으로 넘어오는 그 느낌이 좋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개인전 제목도 새벽 세 시라고 정했죠.”
‘눈이 보배’라고 작가는 공장 구석에 있는 쓰레기 더미 속에서도 귀한 자료들을 많이 찾아냈다. 버려진 기타 도면이나 간판, 디자인, 전단지 등이 그것이다.
“모두 콜트의 역사와 사연을 보여주는 것들이죠. 이번 개인전 때 이 소재로 작업한 작품이 많아요.”
뜻을 함께 하는 다른 작가들이 동참하고 이렇게 만든 작품들이 여럿 모이면서 7월에는 공장 작업실에서 ‘콜트콜텍 전’을 열기도 했다. 또 공장 앞마당에서는 지역 예술가와 주민들이 함께 하는 시낭송 같은 문화제를 진행하면서 예술을 통한 저항을 계속해 나갔다.
하지만 평화로움은 계속되지 못했다. 2013년 2월, 콜트악기 노조원과 시민단체 관계자, 예술인과 함께 작가는 경찰에 연행됐다. 그 과정 속에서 작가의 작품 역시 크게 훼손됐다.
“작품만이라도 챙겨서 나오게 해달라고 사정했는데도 소용없더라고요. 제 눈앞에서 그 동안 작업했던 작품들이 찢기고 발로 밟히는 걸 보면서 정말 속상했죠.”
현재 작가는 훼손된 작품에 대해 사측과 용역회사를 상대로 소송중이다.
“지금은 콜트악기의 흔적조차 없어요. 그 자리에 가스 충전소가 들어섰거든요. 그런데 아이러니한 건 경영자는 콜트 상표를 올해 갱신했다고 해요. 새로 인원도 뽑았고요. 다시 공장을 가동할 생각이 있다는 거죠. 이것만 봐도 7년 전 일이 명백한 위장폐업이었다는 걸 알 수 있죠. 여전히 남은 노동자는 천막농성을 하고 있고 그 가족들 역시 생계를 유지하느라 사는 게 말이 아닌데도 경영자라는 사람은 노동자를 만나주지도 않고 자기 이속만 찾고 있으니 이 일을 멈출 수가 없는 거죠.”
지난 2년 여 동안 콜트 노동자와 함께 쉽지 않은 길을 걸어온 성효숙 작가, 앞으로도 그 길을 함께 하고 싶다는 작가의 2014년 계획은 무엇일까?
“지금까지는 이 일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사람들과 작업을 많이 했어요. 마음 속 응어리를 예술 활동으로 풀어가는 퍼포먼스나 문화제 같은 일이죠. 서로 위로하는데 의미를 뒀죠. 하지만 내년에는 콜트악기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을 하고 싶어요. 보다 적극적으로 알릴 수 있도록 전시 공간과 시간을 늘릴 계획이에요. 더 많은 사람들이 콜트의 이야기와 아픔을 알게 되고 나아가 함께 힘을 모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게 제 바람이죠.”
댓글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