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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추홀학산문화원 ‘지역문화예술의 공동체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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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흥마당

bongyeong2100 0 5902 2014-08-21 08:46:29

지난 주 수요일에도 이 곳 기흥마당 수업시간에 비가 많이 왔었답니다. 그날만큼은 아니지만 오늘도 한 방울씩 빗방울이 떨어지는 가운데 수업이 시작 되었습니다.
지난 시간 결석하신 분들도 오늘은 출석을 하셨네요. 기흥 주택 평상이 꽉 찼습니다. 황승미 선생님께서 재미있는 점토 놀이수업을 준비해 오셨는데요, 색색 깔의 클레이를 가지고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우리 할머님들 "노래나 하지 맹글지도 못하는디 왜 맹글라 하는겨~" 하시면서도 손가락은 계속 클레이를 조물락 조물락 하셨답니다.
추석이 얼마 안 남아서 인지 할머님들 송편, 밤, 대추를 많이 만드셨어요. 재주가 없다며 색깔별로 동그랗게 경단만 만드신 할머니도 계시구요. 다 만들어서 모아 놓고 보니 알록달록 무척 예뻤답니다. 만드신 작품을 보시고 서로 솜씨가 좋다며 잘한다고 칭찬도 하시고 할머님들로 흡족해하셨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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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통장님의 노래 실력이 매우 뛰어나신데요, 맛있는 간식 수박, 옥수수, 시원한 다방 커피를 통 크게 준비해 오셨답니다. 열심히 집중하고 만들기 수업을 마치신 할머님들도 아주 맛있게 드셨답니다. 쉬는 동안 평상위에선 할머님들의 정보 교환이 이루어 졌습니다. 이가 약해져 음식을 잘 먹지 못한다는 이야기, 올해 고추 값이 얼마나 하는지, 매일 빠짐없이 동네 쓰레기봉투를 치우시는 연렬 할머니 칭찬, 감사하다는 인사도 잊지 않으셨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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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 기흥마당의 평상은 그냥 평상이 아닌 것 같습니다. 아침에 눈뜨면 누가 부르지 않아도 할머님들은 이곳에 모이 십니다. 앉았다, 누웠다, 맛있는 음식 싸와서 나눠 잡수시고, 두런두런 수다도 떨고. 동네 소식도, 옆집 언니 소식도 여기에 있으면 알음알음 알 수가 있죠. 처음 맨 땅에 돗자리만 깔아 있던 장소가 통장님과 구청, 선생님의 도움으로 사랑방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평상이 놓이게 되었답니다. 파란 천막이 뜨거운 해를 가려주고 비가와도 평상위에 앉아 있으니 걱정이 없습니다. 대부분 혼자 살고 계시는 할머님들, 젊은 사람들이야 찾는 이도 있고 찾아 만날 사람도 있을 테지만 어르신들의 하루 일과라는 것이 큰 변화 없는 오늘이 내일이고 내일이 오늘인 하루일 테니까요. 일주일에 한번 모이는 이시간은 할머님들에게는 아주 소중하고 즐거운 시간일 것입니다.
찬바람 부는 겨울이 오면 이 곳 평상이 조용해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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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 했습니다. 처음엔 배에 힘도 안 들어가 목소리도 안 나오더니 이젠 할머님들 어깨를 들썩이면서 목소리도 제법 커졌답니다. 가사가 적혀있는 종이를 보지 않아도 노랫말이 술술 나오지요.
영희 언니가 가장 좋아한다는 ‘연분홍 치마’를 부를 땐 할머님들 모두 열일곱 살로 돌아가 소녀가 되어 부르시는데요, 칠십이 넘으신 분도, 팔순이 넘으신 분도 그 옛날 꽃다운 시절로 돌아가 얼굴은 수줍은 소녀가 됩니다. 할머님들의 기억속 소녀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 물고 당제비 넘나드는 성황당길에.
꽃이 피면 같이 울고 꽃이 지면 따라 울던
얄궂은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시민기자 김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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