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구여성합창단 미니콘서트
무심코 지나치던 지하철역이 문화 공간으로
지난 3월 22일 금요일 저녁 6시, 당신은 무엇을 하셨나요?
조금 이른 퇴근을 기뻐하며 분주히 집으로 향하던 직장인 A씨는 주안역에서 멈춥니다. 운 좋게 야간자율학습이 취소된 교복 입은 여고생 세 명도 주안역에 있습니다. 손자를 유치원에서 데려오던 할머니도, 금요일 저녁 느긋한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도 이곳에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주안역에서 열리는 남구여성합창단의 ‘봄, 봄, 봄 미니 콘서트’를 즐기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인천 남구는 코레일과 함께 지하철역에서 즐기는 전시회와 음악회를 기획했습니다.
남구가 소장하고 있는 미술작품 중 일부를 제물포역(3.4∼3.8), 도화역(3.11∼3.15), 주안역(3.18∼3.22) 등을 순회하며 릴레이 형식으로 전시했습니다. 또 매주 금요일(8일, 15일, 22일)에는 봄을 테마로 한 남구여성합창단의 미니 콘서트도 열었습니다. 덕분에 남구 관내의 지하철역은 3주 동안 갤러리와 공연장으로 변신했습니다.
이번 공연을 기획한 남구 문화예술과 박선화 팀장은 “시민의 교통수단이자 일상 생활공간인 지하철역을 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시킴으로써 지역 주민들이 삶 속에서 전시와 공연을 가까이 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마련했다”고 말합니다. 갤러리나 공연장을 찾는 일부만의 문화예술 공연이 아니라 일상에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생활 속 문화인 것이지요. 실제로 이번 공연의 관중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퇴근길의 직장인과 하교중인 학생들입니다. 이들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있었던 것은 지하철역이 일상의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예상치 못했던 공연인 만큼 시민들은 반가워합니다. 급한 용무가 아니라면 잠시 멈춰 공연을 감상합니다. 아이돌 그룹 빅뱅의 ‘붉은 노을’부터 국민가수 조용필의 히트곡 메들리까지 다양한 노래가 이어집니다. 또 노래 중간 중간 앙증맞은 율동도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합니다. 지난 1991년 창단한 20여 년 전통을 말해주듯 합창 실력 또한 수준급입니다.
지하철역에서 진행되는 열린 공연이다 보니 변수도 많습니다. 거나하게 술 한 잔 걸치신 어르신들이 과하게 추임새를 넣기도 하고, 할머니를 따라 공연을 구경하던 어린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기도 합니다. 정숙해야 하는 다른 공연장과 달리 사람냄새가 물씬 나는 공연이지요. 덕분에 시민들은 더욱 편안한 분위기에서 공연을 즐길 수 있습니다.
남구여성합창단의 김은님 회장님은 “항상 정형화된 무대에서만 공연하다가 이렇게 시민들과 가까운 생활공간에서 공연해보니 무척 새롭다”면서 “오가는 사람들이 많아 자칫 산만해질 수 있었는데 시민들의 호응과 응원 덕분에 더 힘이 나는 공연이 됐다”며 고마움을 표했습니다.
남구여성합창단은 시민들에게 알리고 싶은 두 가지 소식이 있습니다. 정기연주회와 신입단원 모집 안내입니다. 정기연주회는 오는 6월 21일 금요일 저녁 7시 30분 인천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열립니다.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무료로 진행하는 공연입니다. 사전예약(880-4296)을 받지만, 예약을 못해도 당일 현장에서 입장이 가능합니다. 정기연주회는 가곡과 성가곡, 대중가요 등 세 장르의 음악을 준비했습니다. 가장 큰 볼거리는 마지막 무대, 합창단원 남편들과 함께 꾸미는 가요 메들리입니다. 간단한 율동과 함께 신나는 무대를 연출합니다. 박우섭 구청장 부부도 함께 한다니 더 기대가 됩니다.
합창단원들은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두 시간 동안 모여 연습을 합니다. 남구에 거주하는 만 20세 이상 60세 이하의 여성이면 누구나 함께 할 수 있습니다. 오디션을 거쳐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 알토 파트를 선발할 계획입니다. 더 많은 분들의 도전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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