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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다 하우스 룰' 읽어버린 아이를 찾아서..

jiyeon 0 7885 2013-09-14 12:56:43

사이다 하우스 룰

                  '잃어버린 아이를 찾아서'

 

                       

학산 소극장을 찾았습니다.
이제는 익숙하고 친숙한 공간이라 반가운 마음이 먼저 듭니다.
이번엔 배우 공동체 '자투리'가 공연하는
'사이다 하우스 롤'이란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온 관객분들과 스텝분들의
분주하고도 들뜬 모습이 보입니다.
공연장만의 특별한 공기를 느끼며 공연을 기다립니다.

소극장에서 진행되었던 이번 공연은 좀처럼 접하기 힘든
특이한 형식으로 진행 되었습니다.
공연은 일주일의 간격을 두고 파트1과 파트2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게다가 파트당 2시간 3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는 공연이였지요.
각각의 공연은 커다란 줄거리를 가지고 연결되어져 있지만,
개별적으로 한 파트씩 관람하기에도 가능한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는 공연이였습니다.
작품 자체가 방대한 스케일을 자랑하는 대작이기도 하며,
긴 시간동안 공연되어지는 연극이라
관객들에게는 낯설고 생소한 공연일 것이라 생각되어졌습니다.
과연 이 작품을 어떻게 바라볼까에 대한 호기심이 더해집니다.

                         <사이다 하우스 룰 - 무대사진>

낯설지 않은 공간 임에도 불구하고, 극장 안으로 들어섰을 때
새로운 공간 속으로 여행을 떠난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기존의 무대를 벗어난 삼면 무대로써,
관객이 정면 뿐 아니라 측면에서도 무대를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선으로 극을 바라볼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들었습니다.
동그란 원형무대와 그 안에 설치되어 있는 물, 그리고 천장에 달려있는
사과나무는 과연 어떤 형식으로 나에게 말을 걸어 올지 궁금해 졌습니다.
극이 진행되어지면서 물과 사과나무의 의미를 찾아보는
과정또한 즐거움 중의 하나였습니다.

공연은 고아 호머 웰스의 이야기에서부터 출발합니다.
배경은 1920년대 메인주.
에테르 중독자에 자기 아이를 길러본 적도 없는 윌버 랄치 박사는
세인트 클라우드 고아원의 원장입니다.
수년 동안 부모가 원치 않는 아이들과 뒷골목의 낙태 시술로 인한 죽음을 목격한 그는
고아원 내에 불법이지만 안전한 낙태 클리닉을 개설합니다.
그리고 세인트 클라우드 고아원의 영리하고 모험심 강한 고아 호머 웰스는
입양 가정에서 번번이 고아원으로 돌려보내진, “입양 불가능”한 소년입니다.
랄치박사는 호머가 이 고아원에서 평생을 보낼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세인트 클라우드의 불법 낙태시술사로, 자신의 뒤를 잇게 해야겠다고 결심합니다.
그러나 낙태에 반대하는 호머는 박사의 의견을 따르는 대신
한 쌍의 젊은 남녀와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호머 자신의 사랑으로 삶이 복잡해지고 제2차 세계대전이 끼어들면서,
그조차 인지하지 못했던 새로운 인생을 경험하게 되지요.

공연은 커다랗게는 호머 웰스라는 한 소년의 성장을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년의 성장과정 속에서 공연은 낙태와 약물 중독, 인종차별 등
사회의 어두우면서도 현실적인 이야기 또한 함께 다루고 있습니다.

 

                                   < 사이다 하우스 룰 - 공연을 마치고 >

작품의 제목인 사이다 하우스 룰(THE CIDER HOUSE RULES)은
'사과술 만드는 집의 규칙'이란 뜻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사과 수확을 돕기 위해 머무는 숙소에 농장주들이 붙여놓은 규칙을 말하는 것입니다.
마냥 귀엽게 느껴졌던 공연의 제목을 다시 한번 되짚어 보면
사과를 따러 오는 방랑노동자, 이민노동자들 사이에서 안전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 놓은 리스트로
그 시대의 인종차별주의를 보여주는 어떠한 규율을 나타내는 리스트 라는 겁니다.
이 룰은 사실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것들 뿐인데도 말입니다.

호머는 고아원 속에서 랄츠 박사와의 관계, 이념의 갈등으로 괴로워 합니다.
그리고 고아원 밖에서 노동자로서의 삶을 살아가며 새로운 경험, 갈등을 갖게 됩니다.
결국  살아가기 위해 선택하고 지켜져야 하는 그들만의 암묵의 규칙이 생겨나고 만들어지면서
사이다 하우스의 진짜 규칙을 깨닫게 됩니다.
즉 '삶의 규율은 결코 종이에 적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걸 말이지요.

공연이 끝나고 나서 공연의 러닝타임에 대한
부담감은 여전히 남아있었습니다.
하지만 호머라는 소년의 인생의 한페이지를 굉장히 빠른 속도로
들여다 본듯한 느낌이 들면서,
시간이 아주 긴 것만도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공연의 파트1,파트2는 마치 인생의 1막과 2막을 나타내는 듯 합니다.
호머의 인생을 통해 그리의 갈등을 통해
나또한 지금겪고 있는 성장통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긴 시간동안 집중하며 연기한 배우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신승일 연출님>

<짤막한 인터뷰>

Q. 어렴풋하게 짐작은 하고 있지만요..
    물과 사과나무가 나타내는 상징성은 무엇일까요.

-  사과나무는 파트2의 배경이 되는 공간이기 때문에 설치한 것이고요.
   물은 처음과 끝을 나타내는 표현물입니다. 엄마의 뱃속처럼 말이죠.

Q. 긴 시간의 공연을 준비하면서 힘드신 점은 없으셨나요?
   
- 배우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 관객분들이 끝까지 잘 봐주실까에 대한
  불안감도 들었지만 5시간으로 줄인것도 기적인 만큼 스케일이 큰 작품입니다.
  작품을 통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시대의 문제들도 다시한번
  바라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보면서 작업에 임했습니다.
  끝까지 노력해준 배우분들과 스텝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학산소담 시민기자    이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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